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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1.
1998년 10월 27일, 노원소방서로 신고가 접수된다. 신고 내용은 옆집에 사람이 죽은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신고를 인계받은 경찰이 신고 위치에 도착했을 때 피해자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명백한 타살 사건이었다.
그리고 경찰은 '참 억울한 죽음 이라고 생각했다. 피해자는 30대 주부로 안방 바닥에 엎드린 채 발견되었다. 천으로 된 끈으로 양손이 뒤로 묶인 상태로 발목은 넥타이로 결박된 상태였다. 목에도 가죽 허리띠로 졸려 있어 온몸이 결박된 상태로 높은 타살 가능성을 보여주는 현장이다.
여러 도구로 결박이 된 상태는 단순 제압의 목적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당시 수사팀들은 피해자의 옷이 반쯤 벗겨져 있었고 외출복이 아닌 것에 침입자가 무방비 상태의 피해자를 범했다고 파단했다.
2.
체액을 채취하고 체모를 수거 후 국과수에 의뢰했지만 당시에는 이 증거가 무용지물이었다. 1998년 당시에는 DNA로는 혈액형과 성별 정보만 파악 가능한 수준이었다. 제한적 정보인 AB형의 남자로 밝혀졌다. 그리고 결박 도구는 모두 남편의 것이었고 족적과 지문은 전무했다.
배우자 변사 사건의 경우 배우자가 가장 첫 번째 용의자이다. 먼저 남편은 AB형이 아니었고 그 시간대 남편은 회사에서 근무 중인 알리바이가 확실했다. 피해자의 정확한 사인은 경부압박질식사, 허리띠로 목이 졸려 숨을 못 쉬어 사망한 것이다. 피해자 얼굴에 울혈(몸속 장기나 조직에 피가 모인 상태)과 일혈점이 존재했다.
그리고 최초 발견자는 신고한 이웃이 아니었다. 바로 하교 후 집에 돌아온 초등학생 딸이었다. 하교 후에 집에 와보니 문이 열려 있었고 엎드려있는 엄마를 보고 옆집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형사는 울던 딸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한다.
3.
피해자의 남편이 의심한 한 사람이 있었다. 당시 집을 팔려고 지역신문에 내놓은 상태였고 어떤 남성이 전화를 했었는데 그 남자가 의심스럽다고 말한다. 통화기록을 확인한 결과 범행 전 두통의 전화가 왔었다. 두 통 모두 공중전화가 발신처이다. 노원역에서 한 번, 아파트 상가에서 한 번. 역에서 피해자의 집으로 이동하면서 집으로 전화를 한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강도 사건치고는 현장이 이상했다.
금품갈취 사건들과 다르게 집이 어지러지지 않았다. 주변 cctv도 거의 없었던 시절이라 추가 증거를 찾기에는 쉽지 않았다. 며칠 후 남편이 피해자 명의 신용카드가 사라졌음을 발견했다. 잘 사용하지 않던 카드라 뒤늦게 발견한 것이다.
4.
피해자의 카드로 을지로 지하상가에서 10회에 걸쳐 151만 원을 인출이 확인됐다. 1998년 그 시절 현금 인출기 앞에는 cctv가 있었다. 남성은 짧은 머리에 앳된 얼굴로 이목구비의 특징이 훤히 보였다. 지인이하면 특정이 가능할 정도의 고화질이었다. 어렵게 확보한 사진으로 경찰은 주변 탐문 수사를 시작했지만 모두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반경을 넓혀서 노원역 주위까지 탐문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당시에는 DNA와 얼굴사진이 있었음에도 용의자를 찾을 수 없었던 시절이었다.
5.
수사본주 조직 한 달 후, 도봉서 형사들이 과감한 결단을 내린다. 당시 생방송으로 범인을 잡는 프로그램인 'kbs 공개수배 사건 25시' 범인의 몽타주를 실시간으로 공개수배한 것이다. 방송에서는 신원미상의 용의자로 탐문수사를 통해서 인상착의를 설명한다.
20대 후반, 네모난 미남형 얼굴의 170cm 이상의 큰키를 설명하며 모자이크 없이 얼굴을 공개한다. 당시 제보율은 엄청났다. 경찰서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수많은 제보가 들어왔다.
당시 형사들은 제보가 들어오면 무조건 출동했지만 모두 닮은 사람일 뿐이었다. 그리고 사건 담당 형사는 다른 사건으로 특진을 하게 되면서 다른 서로 발령을 받게 된다. 그리고 영구미제 사건이 되면서 수사팀은 해체된다.
6.
사건 발생 18년이 지난 2016년 그날, 담당 형사였던 김형사는 묻어 두었던 그 사건을 다시 꺼내 들었다. 과거 팀원들과 6개월을 추적하고 과학수사의 도움을 받아 해결한 사건이 있는데 18년이 지난 지금의 과학수사라면 그 사건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살인 사건의 공소시효는 15년으로 이미 3년 전에 끝났다.
그렇지만 새로운 법안이 제정되면서 재수사 할 수 있는 법안이 있었다. 바로 2010년에 제정된 '성폭력 처벌에 관한 특례법'으로 DNA 확보 시 공소시효가 끝나도 공소시효가 10년이 연장되는 내용이었다.
7.
수사 재개 후 첫 시작은 18년 전 수사본부가 있던 도봉 경찰서로 향한다. 지하 창고에는 18년 전 막내였던 시절 직접 수기로 기재했던 자료들이 가득했다. 18년간 보관되었던 DNA. 18년 사이 범인이 재범이 되었다면 대조할 DNA가 존재하기에 검거할 수 있는 것이다. 연쇄살인범 이춘재도 동일한 방법으로 검거되었다.
DNA부터 대조했지만 안타깝게도 대조되는 DNA가 없었다. 지난 18년 간 강력범죄를 벌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8.
범죄자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했다. 당시 현금인출기 화면에 찍힌 사진에서 용의자는 20대 후반으로 보였기에 65년생부터 75년생까지 동종수법 전과자를 추려냈다. 범죄 인원은 약 8,000명이었다.
군입대 전 검사한 혈액형 데이터로 AB형도 포함시켜 1차 필터링을 했다. 2차 필터링은 출신과 거주지역, 먼 지역 거주 시 낮은 범행 가능성이 있었기에 필터링 항목에 포함시켰다.
그리고 3차 필터링은 외모의 특징이었다. 최근 주민등록증 갱신 증명사진을 확보 후 쌍꺼풀 유무, 얼굴형, 머리숱까지 비교했다. 그동안의 수사의 경험을 토대로 아닌 것부터 털어낸 것이다. 심지어 교도소 장기수감자들에게 사진 확인 요청을 했을 정도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4개월에 거쳐 3차 필터링 후 남은 용의자 인원은 125명.
9.
125명의 사진을 모두 확보해서 당시 범인의 사진과 나머지 125명을 일일이 눈으로 비교했다. 머리 넘긴 방향, 눈썹, 귀 간격, 입술 모양 등을 유심히 보았다. 세월이 지나도 그 형태는 변하지 않기에.
그리고 10장까지 줄어든 사진. 어렵게 추려낸 용의자 10명이다. 10명의 전과기록을 확인했고 눈에 띄는 한 명이 있었다. 용의자는 특수 강도 세 건의 범죄이력이 있었고 여자 혼자 운영하는 공방 등에 침입해 금품을 강취했고 그 수법은 결박이었다.
특수강도 사건의 일반적인 패턴은 금품 강취 후 도망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굳이 결박하여 시간을 소요한 것이다.
일반적인 강도 사건의 패턴과는 확연히 달랐다. 98년 범인과 유사한 범행 패던이다.
10.
형사들은 용의자의 DNA 확보가 가장 최우선이었다. 용의자를 지켜보던 중 우연히 버린 담배꽁초를 주워서 국과수에 조사 결과 18년 전 용의자의 DNA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18년 간 잊지 않고 추적한 형사의 집념의 결과인 것이다. 모두가 고대한 고생의 결실이다. 이제 남은 건 검거뿐이다.
체포 당시 용의자는 예상 못한 듯 당황해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모습은 18년 전 현금인출기 사진과 전혀 다른 외모였다. 세월이 지나 이미지는 달라졌지만 경찰이 느낀 이미지는 다르지 않았다.
11.
체포 후 차에 타서 인적 사항 확인 후 DNA를 확보했다고 하니 그제서야 범행을 인정했다. 용의자는 체포 당시 결혼까지 하고 평범하게 회사 생활을 하며 추적을 피하고자 두 얼굴로 살아온 것이다. 그리고 인터뷰 당시 범인은 피해자분께 사죄드린다며 우발적인 범죄였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당시 결박의 상태로 봤을 때만 봐도 고의에 대한 살인사건으로 보는 것이 현장 상황에서 알 수 있다.
직접 만난 국과수 부검의 말에 의하면 목 안의 물렁뼈인 윤상 골절이 발견되었다고 전해 들었다. 그것은 압박 정도가 굉장히 심했다는 것이다. 윤상 골절은 지속적이고 강한 압박이 있어야지만 발생하는 것이다.
아파트 매물을 보러 아파트를 찾아 갔지만 전세 보증금을 인하를 요청했지만 비아냥되어서 우발적으로 살인했다며 범행동기를 밝혔다.
12.
당시 1심 판결은 무기징역이었다. 담당 형사는 사건 종료 후 유가족과 함께 식사를 했고 잘 자라준 유가족 자녀에게 감사하는 말을 전했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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